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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출사모임

시 하나, 사진 둘

얼음 2024.05.06 18:37 조회 수 : 223

 

   세상이 조용해져 버린 날

                               박노해

 

평생 지긋지긋하던 잔소리가 툭,

갑자기 너무 조용해져 버린 날

이래라저래라 들려오던 소리가

메아리도 없이 적막해져 버린 날

귀찮기만 하던 전화벨도 끊기고

세상이 너무 고요해져 버린 날

 

아 우리가 이 지상을 동행했구나

이렇게 영영 떠나가 버렸구나

 

이 생에 몇 번쯤은 오롯이 마주 보며

당신의 숨은 아름다움과 노고와

귀하고 빛나는 구석을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서럽고 애닯고 그리워서

갚을 길 없는 부채감만 안겨 놓고

당신께서 영영 떠나가 버렸구나

 

갈수록 기억의 윤곽은 안개 같지만

한 번만 더 나를 안나주고 갔으면

불현듯 울음이 북받치는 사람

 

그게 엄마야 그게 아빠야

 

가난하고 모자라고 잘해주지 못했다 해도

나의 날개가 돋아나 혼자 하늘을 날 때까지

먹여주고 재워주고 품어준 것만으로 충분한,

한 인간에게 그토록 위대하고 절대적인 존재

그게 아빠와 엄마라는 이름의 존재야

당신은 내게 그런 하늘 같은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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