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조용해져 버린 날
박노해
평생 지긋지긋하던 잔소리가 툭,
갑자기 너무 조용해져 버린 날
이래라저래라 들려오던 소리가
메아리도 없이 적막해져 버린 날
귀찮기만 하던 전화벨도 끊기고
세상이 너무 고요해져 버린 날
아 우리가 이 지상을 동행했구나
이렇게 영영 떠나가 버렸구나
이 생에 몇 번쯤은 오롯이 마주 보며
당신의 숨은 아름다움과 노고와
귀하고 빛나는 구석을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서럽고 애닯고 그리워서
갚을 길 없는 부채감만 안겨 놓고
당신께서 영영 떠나가 버렸구나
갈수록 기억의 윤곽은 안개 같지만
한 번만 더 나를 안나주고 갔으면
불현듯 울음이 북받치는 사람
그게 엄마야 그게 아빠야
가난하고 모자라고 잘해주지 못했다 해도
나의 날개가 돋아나 혼자 하늘을 날 때까지
먹여주고 재워주고 품어준 것만으로 충분한,
한 인간에게 그토록 위대하고 절대적인 존재
그게 아빠와 엄마라는 이름의 존재야
당신은 내게 그런 하늘 같은 존재야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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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니
2024.05.0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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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2024.05.12 05:29
우리가 모두 겪고 아니면 겪을 일 같습니다. 시 한 편이 문득 가슴이 메어 옵니다. 한국의 우체통,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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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오래 살아 주셔서 저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이네요. 떨어져 산지도 오래되고 잔소리와 간섭이 싫어서 미국으로 도망쳐 온 저에게는 부모님의 존재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간혹 전화드리면 언제나 반갑게 받아 주시고 고맙다고 하시네요.
얼마전 누나가 세상을 떠나서 누나의 잔소리를 그리워 하실 부모님을 생각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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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해 지는날!!!
아~
그리운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