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로 이사하기 전 오랫동안 살았던 곳이 미네소타입니다.
Land of 10,000 lakes라고 알려져 있는 이 곳은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높은 산 하나 없는 평지에 물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곳입니다. 북 쪽으로 한 세시간 정도 드라이브하면 바다처럼 큰 Lake Superior 가 있고, 주 대표 도시인 Twin cities (St. Paul & Minneaspolis) 안에도 크고 작은 호수와 연못들이 많이 있습니다.
주말에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다 미네소타 시절 찍었던 사진 하나가 눈에 꽂히고 그 때의 기억이 물밀듯 몰려왔습니다.
바로 이 사진.
2015년 봄, Lake Calhoun을 한 바퀴 돌다 폰카메라로 찍은 사진입니다. 막내가 곧 대학으로 떠나면 혼자 남게될 상황이던 시점이었는데, 당시에도 꽤 오래되었던 폰이었는데 석양과 호수의 모습을 정말 잘 찍어주었네요.
십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래전, 폰으로 찍은 사진들로 제가 살던 미네소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그땐, 카메라를 다룰줄도 몰랐구요, 그저 포인트 & 클릭으로 찍었던 것들입니다 ㅎ
미네소타는 호수말고도 추운 겨울로 유명하죠. 캐나다 바로 밑이어서, 미국의 시베리아라 할 정도로, 겨울이 유난히 길고 무척 추워요. 물론 눈도 많고요. 눈이 오면 벌러덩 누워서 snow angel 을 만들기도 하고, 호수가 얼면 그 위로 차를 몰을 수도 있어요. 딱 한번 해보았네요 ㅎ
온도가 너무 내려가면 신호등에 멈춰 서있는 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길 위에 얼어붙어 black ice현상이 생기고 그런 찻길은 미끄러워 사고나기 일쑤지요. 그런 길을 왕복 60마일 출퇴근했던 기억이 아득합니다.
제가 좋아했던 곳 중 하나가 식물원 (U of M arboretum) 입니다. 2014년 겨울, 눈 쌓인 꽃밭 위로 꽃이름이 적힌 팻말들이 마치 묘비명처럼 느껴졌었어요.
늘 겨울이 길어 봄은 더디오고, 마당에 꽃을 심으려면 Mother's Day 지나서야 안심하고 심을 수 있던 곳. 한 해는 유난히 추웠고 좀처럼 봄이 올 기미가 안보이다 드디어 4월에 눈마저 내렸죠. 퇴근길에 집 근처 길에 차를 멈추고 차창을 통해 찍었던 사진들 입니다. 그 때 기억과 느낌이 생생합니다. 오지 않는 봄 때문에 "Spring has died"로 시작되는 글을 끄적여 놓기도 했었는데, 그날 이 골목의 풍경은 또 얼마나 예쁘던지요.
그 길고 긴 겨울 뒤에 오는 봄은 어찌나 황홀하고 여름은 또 얼마나 푸르렀는지요.
풍성한 가을은 엄청난 크기의 호박이 증명해주네요!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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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담
2024.01.1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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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
2024.01.16 14:19
20여년전에 Minesota 주의 Lake Superior 항구도시 Bayfield 에서 10월에 하는 Apple Festival 에 가봤었는데,
Twin Cities 공항에서 차를 임대해서 갔는데, 도착할때까지 도로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많고 참아름다웠었어요.
언제가는 그 길들은 다시 꼭 drive 해봐야지하고 생각만 하고, 세월만 흘러갔네요.
제가 지나간 하이웨이 주변에는 나무가 상당히 많았고 도시나 마을이 별로 없었었던것 같아요.
미네소타주에 살면 주민들이 낚시를 많이 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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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담
2024.01.17 09:33
10월에 Bayfield 에서 하는 Apple Festival 기억할게요. 그런데 Twin Cities 에서 가셨다는 단풍길은 63번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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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
2024.01.17 13:39
미네소타주에서 태어나서 Ashland 에서 대학졸업을 한 미국인 친구랑 갔었는데,
가다가 어느 소도시에서 이 친구 어머니 집에 잠깐 들러서 인사만 하고,
가다가 또 어느 깡시골에 가서 자기 아버지를 픽업해서 셋이 Bayfield 에 갔었기 때문에,
여러 하이웨이를 타서 Route 를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제가 책을 찾아보니,
Lake Superior 에 있는 Duluth 항구까지 비행기를 타고,
Senic Hwy/byway 를 가면서 단풍관광을 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네요.
(1) North Scenic Drive : Duluth 에서 Grand Portage 까지.
State Park 이 여러개 있군요.
Ferry 를 타고 Apostel Island National Lakeshore 나
Isle Royal National Park 도 가보면 좋을듯..
(2) Gunflint Trail Scenic Byway : Grand Marais 에서 Gull Lake 까지 hwy 12 로.
https://maps.app.goo.gl/Ue8AyLvqcefPUPU69
(3) Duluth 에서 동쪽으로 Superior Lake 를 따라가는 [Hwy 13 to Ashland ] ㅡ
[Hwy 2, Hurly ] ㅡ [Hwy 51, Manitowish] ㅡ[Hwy 47, (Lc Du Flabeau Indian Reservarion) Woodruff]ㅡ
[Hwy 70, Eagle River]ㅡ[Hwy 17, Rhinelander]
Scenic Drive 라고 합니다.
https://maps.app.goo.gl/rs4uuY6qvjpK6nar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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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2024.01.18 05:16
미네소타 단풍 참 예뻐요. 어디 멀리가지 않아도 출퇴근 길에서도 충분히 좋았던 기억입니다. 단풍으로 유명하다고 제가 들었던 곳은 Lutsen 입니다. 불타는거 같다고...
호수가 많아 아름답지만 모기가 무지 많아요. 미네소타 state bird 는 모기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ㅎ 혹시 가신다면 모기약 확실히 챙기셔요!
미네소타의 state bird 는 loon 인데요, Gun Flint 근처 Boundary waters 에서 황혼녘에 들었던 loon 의 울음 소리는 정말 잊지못할거에요. 꼭 다시 한번 가고픈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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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담
2024.01.18 09:42
Lusten 아지랑님이 올리신 지도에 있네요. 10월에도 모기가 있다는 말씀이시지요? 호수가 많아서 그런가 보네요. 몇년전에 갔던 스모키마운틴은 호수가 없어서 그런지 10월에 모기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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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2024.01.18 12:22
모기는 여름에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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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깽이
2024.01.18 23:45
"미네소타 state bird 는 모기" 에 또 빵~~ 터져 웃습니다! ㅎ ㅎ
그리고 물구멍이 많다는 표현도 .. ㅎ ㅎ
여행으로는 방문을 하지 못했지만,
몇년전에 뉴욕가는 비행기의 엔진고장으로 미네아폴리스 비행장에 비상착륙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2시간 후에 곧바로 다음 비행기가 준비되었었는데.
알고보니, 그 곳에 델타항공 비행기가 많이 있어서라고 하여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옛날에 폰으로 찍으셨다는 사진들이 아름다워서..
역시... 사진은, 찍는 기술도 기본으로 중요하지만,
촬영자의 감성이 많은 역활을 한다는 것을..
얼음님 사진에서 배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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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2024.01.19 23:47
얼음님 미네소타 사진 보면서 옛날 추억이 많이 생각나겠군요. 바람 많고, 눈이 많은 곳 같습니다. 꽃말을 적은 팻말은 얼음님 말대로 묘비명처럼 보이네요. 오랫만에 눈 쌓인 풍경들을 보니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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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를 이렇게 구경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호수가 많다 하셔서 얼마나 많은지 위성지도로 봤습니다. 정말 호수들이 많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