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추억이 있는 곳이라 꼭 한번 가고팠던 강화도에 한달전쯤 다녀왔습니다.
강화도는 인천시에 속하지만 인천과는 길이 이어져 있지않아 김포시를 통해 가야합니다. 강화도에서 다리하나를 더 건너면 있는 석모도에 먼저 갔습니다. 서해안은 물이 빠지면 이렇게 드러나는 갯벌이 참 신비합니다.
갯벌에서 "게 눈 감추듯" 이란 표현을 체감했습니다, 바로 요놈을 찍다가 말이죠. 아주 작은 소리에도 어찌나 빠르게 갯벌 속으로 숨어들어가던지...
드러난 갯벌 사이로 바닷물이 길을 내고, 그 물길 (바닷강?) 위로 배가 갑니다.
갯벌을 뒤로하고 보문사로 향합니다. 철없고 겁없던 시절, 그 엤날에는 배를 타고 왔었는데 ... 도대체 왜 여길 혼자 왔었던건지... 추억도 잠시, 길이 어찌나 가파른지 숨이 턱에 차,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눈에 건성건성 스쳐갑니다.
보문사 경내를 지나 수백개의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힘은 들지만 아래로 펼쳐지는 서해안 풍경은 참 멋스럽네요. 보문사 경내가 까마득히 내려다 보일 때 쯤 마애석불이 나타납니다.
다시 강화도로 너머가, 마니산에 있는 정수사에 갔습니다. 이 곳은 머리에 피도 안마른 시절, 저와 제 친구가 하루를 묶었던 기억이 있는 곳이어서 꼭 가봐야한다고 우겨서 들렀는데, 천년 고찰의 역사에 비해 왠지 사람도 없고 ... 조용해서 전 더 좋았네요. 그 옛날 우리가 잤던 방은 어디일까, 이 곳 저 곳 기웃거리다가 꼭 만나고팠던 고추잠자리를 여기서 만났어요! 새빨간 몸과 투명한 날개를 자세히 보고파 어마무시 크롭을 해봅니다.
친구 엄마가 주지 스님께 써 준 편지 한 통 달랑 들고 와 하룻밤을 묵었던 그 방이 도대체 어딘지 기억해내지 못하고 돌아나오던 길에 있는 아주 오래된 돌 계단을 보며 40여년전 그 때에도 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제 강화의 대표 절, 전등사로 갑니다. 주차장에서 절로 올라가는 길에 아주머니가 군밤을 팔고 있네요. 하얀 망태기들 속에 가득한 저 밤들을 언제 다 구우려나... 셔터속도를 살짝 늦춰 찍어도 보았어요.
전등사는 정족산성 안에 있어서 이렇게 산성을 통과해 들어갑니다. 경내에 이조실록을 보관하던 사고건물도 있고 여러가지 역사가 깃든 곳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있다면 산성길을 따라 한바퀴 돌아도 참 좋을듯해 보였어요.
아주 오래된 역사가 깃든 전등사에 무설전이란 법당이 있었는데 입구부터 심상치않아보여요. 현관(?) 위에 턱 하니 걸터앉은 어린왕자가 넘 반가워 무턱대고 사진부터 찍어대곤, 근데 여기에 왜?... 호기심이 생겼지요. 알고보니 이 곳은 10년 쯤 전에 새로 지은 법당겸 갤러리겸 문화행사장이라고 합니다. 불상도 모두 백색도료로 칠해져있고 벽화도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렸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절중 하나인 전등사에 이렇게 새로운 시도로 지어진 모던한 법당이 있다니 참 신기합니다. 어린왕자도 갤러리 전시중인 작품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전등사 뒷마당을 영국이나 아일랜드 어드메 쯤으로 순간 착각하게끔 만드는 두 아름다운 처자가 있어, 레오님 찍는 척하며 카메라에 담아보았어요 ㅎ
해가 지는 강화도를 뒤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다음에 혹시 또 간다면 마니산 정상도 오르고 고인돌도 보고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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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를 제대로 다녀 오셨군요. 갯벌도 제대로 구경하셨고요.
제가 다녀 온 석모도, 보문사, 전등사 등등 다 가셨네요. 저는 정수사는 안 갔는데 이렇게 잘 구경합니다. 감사합니다!!
레오님 나온 두 처자사진 좋습니다. 레오님도 목을 쭉 빼시고 슬쩍 보시는것 같아요 :)